[글·사진=강대호 칼럼니스트]카지노 꽁이 다시 열렸다. 카지노 꽁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 즉 공간을 의미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공론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2024년 12월 전국 곳곳에는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포괄하는 카지노 꽁이 열리고 있다.
최인훈 작가의 중편소설 <카지노 꽁은 한국인들에게 ‘카지노 꽁’의 함의를 생각하게 한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카지노 꽁’은 장소적 의미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관이 현시되는 현장을 은유했다. <카지노 꽁 속 ‘카지노 꽁’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카지노 꽁’이 ‘사회적 삶’을 상징한다고 해석했다. 개인의 삶이 아닌 ‘집단적 삶’으로서의 카지노 꽁인 것.
공간적 의미로서 카지노 꽁은 그 명칭부터 카지노 꽁이라 이름짓지만, 공론장으로서 카지노 꽁은 모이는 사람들, 즉 시민에 의해 카지노 꽁으로 규정된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돌아보면 대학 교정이, 때로는 거리가 카지노 꽁이 되어주었다. 카지노 꽁에 모인 시민들의 힘이 군사 독재를 포기하게 하고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이끌었다. 외형적으로는.
촛불집회의 상징, 광화문카지노 꽁
2000년대와 2010년대에 광화문은 한국의 카지노 꽁을 상징한다. 일단 명칭부터 카지노 꽁인 광화문카지노 꽁이 있다.
그런데 광화문카지노 꽁이 있는 자리는 원래 카지노 꽁이 아니라 길이었다. 그런 광화문 앞길은 600년 넘도록 국가 권력의 상징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각종 정부 청사가 자리했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식민 통치 행사가 열리는 장소였다.
광복 후 광화문 앞길은 새로 태어난 나라의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고취하는 공간이 되었다. 국가 권력이 자신들의 정통성을 강화하기 위한 선전의 장으로 광화문 앞길을 이용한 것이다. 대표 사례가 애국선열 동상 건립 운동이었다. 그렇게 1968년에 들어선 게 이순신 장군 동상이다.
이때 동상이 자리한 장소는 광화문 앞길, 즉 세종대로 양차선 사이에 녹지가 조성된 중앙분리대였다.
광화문 앞길 일대에 카지노 꽁이 조성된 건 2009년이었다. 중앙분리대를 넓혀 카지노 꽁을 만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중앙분리대가 더욱 커진 모습이다. 넓은 도로 사이의 커다란 섬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이에 2010년대 후반부터 광화문카지노 꽁 재조성을 계획했고 공사를 벌여 2022년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카지노 꽁을 붙이고 인공 녹지를 만들었으며 전시나 공연 등이 열릴 수 있는 공간도 배치했다.
그런데, 정부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광화문카지노 꽁은 시민들에 의해 역할이 확장되었다. 대표 사례가 2016년의 촛불집회다. 이때의 광화문카지노 꽁은 시민들이 모이는 공간이었으며 다양한 의견이 표출된 공론장이었다. 관계자에 의해 규정된 광화문카지노 꽁 영역뿐 아니라 시민들이 서있는 그 자리, 행진하는 그 길 모두가 카지노 꽁이 되었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 안다.
2024년의 여의도카지노 꽁
8년 전 광화문을 떠올리게 하는 광경이 2024년 12월 여의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그때 광화문에서 카지노 꽁이 열리고 시민들이 모인 이유가 청와대를 향해 외치기 위해서였다면 지금 여의도에서 카지노 꽁이 열리고 시민들이 모여드는 건 국회를 향해 외치기 위해서다.
청와대나 국회를 향한 외침은 주권자로서 시민의 분노와 의견 표현이다. 2016년의 광화문처럼 2024년에 여의도는 시민들이 서 있는 모든 자리와 행진하는 모든 길이 카지노 꽁이 되고 있다.
그런 여의도에는 원래 거대한 카지노 꽁이 있었다. 5·16카지노 꽁 혹은 여의도카지노 꽁이라 불렸던.
여의도에 있었던 공군 기지가 성남으로 이전을 앞둔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은 서울시장에게 여의도에 카지노 꽁을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아스팔트 포장이 깔린 넓고 긴 카지노 꽁이었다. 1971년 ‘5·16 카지노 꽁’이 그렇게 들어섰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넓고 긴 카지노 꽁은 유사시에 전투기 등이 이착륙할 수 있는 비상 활주로로 사용할 요량이었고, 평시에는 각종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카지노 꽁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한동안 5·16카지노 꽁은 군중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관제 집회를 열거나 국군의날 열병식 등 위력 행사를 펼치는 장소로 쓰였다.
여의도카지노 꽁으로 이름이 바뀐 카지노 꽁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 공원으로 변신했다. 1999년에 조성된 여의도공원이 그곳이다. 여의도를 관통하는 지금의 여의대로와 여의도공원을 합친 공간이 과거 카지노 꽁이 있던 영역이다.
만약 이 일대가 아직 카지노 꽁이었다면, 어쩌면 지난해와 올해에 연이어 열린 국군의날 공식 행사는 여의도의 카지노 꽁에서 치러졌을지도 모른다.
2024년 12월 시민들에 의해 열린 카지노 꽁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지금 여의도에 열린 오프라인 공론장으로서 카지노 꽁은 마치 성장을 멈추지 않는 생명체 같다. 머리가 국회의사당 정문 쪽에 있다면 몸통은 여의도 전체를, 아니 한반도 전체를 감싸안은 듯한 모습이다. 꼬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한반도에 열린 카지노 꽁을 응원하는 전 세계의 유기체들과 교감하며 더욱 거대한 그 무엇이 되어 가고 있다.
지난 12월 7일 카지노 꽁이 열린 여의도에서 실로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뉴스와 기사에서 언급되었듯 다양한 표현의 깃발들이 나부꼈고 온갖 사정의 단체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의 평소 생각과 형편은 각자 다르겠으나 이들이 여의도에 모인 이유는 단 하나로 보였다.
이들 시민은 각자의 역할을 묵묵히 하고 있었다. 카지노 꽁 한가운데에 쭈그려 앉아 그림을 그리는 ‘어반 스케치’라는 모임이 그랬다. 이들은 역사의 현장을 그림으로 기록한다고 했다. 그림으로 본 카지노 꽁의 모습은 사진으로 본, 혹은 현장에서 본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연대와 나눔으로 이날의 분위기를 정의할 수도 있다. 구내식당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물탱크에 커피를 끓여와 무료로 나눠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시민이 있는가 하면 무료로 차를 나눠주는 ‘촛불다방’이 열리기도 했다. 그리고 핫팩과 물을 나눠주는 이도 곳곳에 있었다.
이런 시민들이 모인 카지노 꽁은 서로를 관대하게 이끄는 듯했다. 필자 인생에 이렇게 밀도 높은 공간에서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어 본 경험은 처음이다. 공포감이 온 순간도 있었다. 절로 발이 움직이는데 만약 누군가 넘어진다면?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아니길 바라지만) 누군가는 뭔가 사고가 나길 바랐을지도 모르지만, 카지노 꽁의 시민들은 현명했다. 양보하고양해하며 서로를 도우며 응원했다. 완장을 차지 않았어도 모두가 지휘부였고 모두가 마음에서 우러나는 질서에 따랐다.
2024년 12월에 시민들이 연 카지노 꽁은 어떤 평가를 받든지 한국 역사에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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