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식물에 관한 서정적 과학 이야기 '카지노 쪽박걸의 식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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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식물에 관한 서정적 과학 이야기 '카지노 쪽박걸의 식물기'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4.11.09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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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쪽박걸

[강대호 칼럼니스트] 카지노 쪽박걸에게 숲은 세상이었습니다. 숲에 사는 동물과 식물도 그 자신이 세상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카지노 쪽박걸은 그렇게 생각하며 어른이 되었습니다. 아니, '이마에 주름골이 깊어진'카지노 쪽박걸으로 자라났습니다.

소설가 이상권의 <카지노 쪽박걸의 식물기는 나무와 꽃, 그리고 풀을 사랑한 한 카지노 쪽박걸의 성장기입니다. 강변에서 태어난 카지노 쪽박걸은 아직 어린아이였을 때 소 한 마리를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의 기본은 그의 먹거리를 챙겨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소의 먹이기도 한 다양한 식물과 카지노 쪽박걸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식물로 세상을 배워가는 카지노 쪽박걸의 성장기

<카지노 쪽박걸의 식물기의 화자는 카지노 쪽박걸입니다. 카지노 쪽박걸은 이상권 작가이고요. 어른이 되고 많은 작품을 쓴 소설가가 되었어도 작가는 카지노 쪽박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카지노 쪽박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카지노 쪽박걸의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는.

카지노 쪽박걸과 소는 서로를 의지하는 사이가 되어 갑니다. 숲을 좋아한 카지노 쪽박걸은 숲에서 놀다가 캄캄한 밤이 되어도 소의 목을 껴안으면 무섭지 않았던 기억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소는 카지노 쪽박걸의 스승이기도 했습니다. 풀이 먹이라고 해서 모든 풀을 소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소의 취향을 알아가며 카지노 쪽박걸은 식물에 대한 호기심이 커집니다. 그렇게 소가 좋아할 만한 풀을 찾으며 카지노 쪽박걸은 식물에 대해 더욱 많이 알아갑니다.

카지노 쪽박걸이 풀만 좋아한 건 아닙니다. 나무도 그가 사랑하는 대상이었습니다. 그의 생가와 마을에는 많은 나무가 있었는데 카지노 쪽박걸은 이들을 사랑했고 이들 나무도 카지노 쪽박걸에게 사랑을 베풀었습니다.

카지노 쪽박걸은 특히 생가 인근의 나이 많은 왕버들을 '신으로' 모셨습니다. 학교를 오갈 때나 소를 몰고 갈 때도 왕버들 고목은 반겨주었다고 합니다. 그런 왕버들 앞에서 카지노 쪽박걸은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무렵에요.

카지노 쪽박걸에게 늙은 왕버들은 위로를 주는 존재였습니다. 물론 다른 나무들도 그에게 위로를 주었습니다.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고립감이 들고 위축될 때마다 “수많은 나무를 떠올렸다”고 카지노 쪽박걸은 고백합니다.

카지노 쪽박걸
이상권 '카지노 쪽박걸의 식물기'

서정적 자연 이야기

<카지노 쪽박걸의 식물기는 소설가가 된 카지노 쪽박걸의 성장기이면서 온갖 식물에 대한 탐구서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서정적 문체로 쓰인 식물을 주제로 한 과학 서적입니다.

그런데 ‘카지노 쪽박걸’라는 단어에서 생각나는 책이 있습니다. <파브르 카지노 쪽박걸입니다. 맞습니다. 프랑스의 생물학자 ‘장 앙리 파브르’가 쓴 책입니다. 아마도 한국인들은 그가 쓴 ‘곤충기’를 많이 알고 있을 겁니다.

사실 곤충은 숲을 우주처럼 탐험하는 생명체이니 식물 생태계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유기적 관계라서일까요. 파브르는 ‘곤충기’보다 ‘카지노 쪽박걸’를 먼저 저술했습니다.

카지노 쪽박걸도 대학생 시절 일본어로 쓰인 <파브르 식물기를 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세기 말에 어린이들을 위한 <파브르 식물 이야기를 썼고, 처음 파브르의 ‘식물기’를 접한 지 40년 만인 2024년에 <카지노 쪽박걸의 식물기를 쓰게 되었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힙니다.

카지노 쪽박걸은 책의 시작을 ‘히드라’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머리가 아홉 개 달린 뱀이자 물에 사는 작은 강장동물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산호의 ‘폴립’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히드라와 폴립은 생물이 생존하는 다양한 방식의 사례로 들었는데 사실 <파브르 곤충기도 히드라와 폴립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마도 카지노 쪽박걸의 파브르를 향한 오마주인 듯합니다. 하지만 이후부터 카지노 쪽박걸은 카지노 쪽박걸다운 방법으로 식물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무엇보다 식물을 세상의 구조나 인간관계, 혹은 인간 그 자체로 비유해 식물계를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면, 식물을 국가로 비유하면서 내부 구조를 국가의 여러 기관이나 시설 등으로 치환해 설명합니다. 물과 영양분을 나르는 물관이나 체관을 도로로 비유하거나 줄기를 “구도심과 신도심으로 나뉘어 있다”고 비유하듯이요. 특히, 다음의 문장은 카지노 쪽박걸이 식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잘 보여줍니다.

“뿌리는 물의 신을 모시고, 줄기는 태양신을 모신다. 두 체제는 서로 다른 정체성을 품은 연방 국가다.” (200쪽)

뿌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줄기가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지만 이러한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하나의 생명체로 살아가는 식물을 카지노 쪽박걸은 찬양하고 있습니다. 식물은 또한 다른 생명체와도 깊은 인연을 맺으며 살아갑니다. 서로 필요한 걸 주고받는 거죠. 사람도 그렇고 새와 곤충들도 그렇습니다. 애벌레도요.

카지노 쪽박걸은 애벌레를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간혹 애벌레와 식물의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전생에 애벌레가 아니라 인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같은 표현이나 “카지노 쪽박걸은 죽어서 한 마리 애벌레로 환생하고 싶다” 같은 표현을 쓰는 걸 보면요.

그런데 <카지노 쪽박걸의 식물기에서 애벌레를 언급할 때마다 카지노 쪽박걸의 전작인 <위로하는 애벌레가 떠오르곤 합니다. 제목에서 보듯 각종 ‘애벌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책입니다.

애벌레 또한 (이 책의 화자는 작가인 ‘나’입니다) 작가에게 위로를 주는 상대였습니다. 작가가 광교산자락의 집에서 애벌레를 기르는, 아니 함께 사는 사연이 흥미롭습니다. 다른 이에게는 하찮게 보일 애벌레의 생애에서, 생명체가 살아가는 찬란한 이야기를 작가는 발굴해 냈습니다.

그러고 보니, <위로하는 애벌레와 <카지노 쪽박걸의 식물기의 공통점이 또 있습니다. 바로 그림입니다. 전작은 작가의 딸인 ‘이단후’가 그렸고, 이번 책은 딸은 물론 카지노 쪽박걸도 함께 그렸습니다.

부녀가 함께 그린 나무와 꽃, 그리고 풀들의 그림은 카지노 쪽박걸의 실체를 보여주는 이상의 의미가 있는 듯합니다. 그림 그린 이들의 관계를 알고 봐서 그런지 무척 따뜻해 보입니다. 이 그림들을 그릴 때 부녀가 함께 나눈 대화가 들리는 듯도 합니다.

<카지노 쪽박걸의 식물기에는 카지노 쪽박걸의 가족들도 등장합니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 나무의 지혜를 가르쳐 준 할아버지와 생활력 강한 할머니, 그리고 언제나 그리운 어머니.

이 책에는 카지노 쪽박걸과 어머니가 주고받은 편지가 나옵니다. 카지노 쪽박걸이 객지에서 살 때 어머니에게 부친 편지, 그리고 카지노 쪽박걸이 군대에 있을 때 어머니로부터 받은 편지. 편지에는 생가의 온갖 식물들 소식이 쓰여있지만, 무엇보다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카지노 쪽박걸은 그리움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그걸 뜯어서 고추장에 비벼 먹던 생각이 간절합니다”

<카지노 쪽박걸의 식물기는 어쩌면, "저는 이렇게 잘 자라 잘살고 있어요"라며카지노 쪽박걸이 어머니에게 건네는 감사 인사일지도 모릅니다. 나아가 세상 사람들에게 보내는 안부일지도요.

“카지노 쪽박걸의 시간이 멈추는 순간, 세상 모든 생명의 물결이 소멸할 것이다”는 경고를 담은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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